[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이별하는 새 ― 마종기(1939∼ ) [동아/ 2020-11-07] 이별하는 새 ― 마종기(1939∼ ) 그럼 잘 가요. 가다가 길 잃지 말고 여린 영혼은 조심히 안고 가야 할 곳 잊지 말고 조심해 가요. 길을 잃고 회오리 속을 헤매며 어디로 가야 할지 당황하다가 나는 눈물까지 흘린 적이 있었다. 먼지만 차 있던 도심의 하늘에서는 눈을 떠도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어깨를 누르던 창백한 날갯짓도 아무도 비상의 낭만이라 부르지 않았다. 통증을 참던 사이에 길들은 떠나고 가고 싶은 마을은 이미 문을 닫았다. 죽었다 살았다 하는 미망 때문인지 변화무쌍한 한밤의 별에 취해서인지 앞뒤로 찾으며 날아다닌 방탕한 날들이 바로 살아 있는 생의 흔적이란 것을 나는 오래 모르고 비웃기만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