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원주 가는 길(原州途中)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2021-01-11] 원주 가는 길(原州途中)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봄바람에 지팡이 짚고 관동 가는 길 원주로 들어서니 안개 낀 수풀 인적 드문 객사에 마차 또한 드물고 드높은 누각 비 온 뒤 붉은 해당화 십 년 길 누비며 다 닳아버린 신발 드넓은 세상에 텅 빈 주머니 하나 시 짓는 나그네 마음 어지러운데 산새 노래하듯 기생소리 들려오네 (최명자 옮김) 김시습이 26세에 이런 시를 썼다. 그도 남자니까 기생 소리에 마음이 흔들렸겠지. 마지막 줄에 ‘기생’으로 번역된 말은 원래 한시에선 ‘어화’(語花·말하는 꽃, 기생을 일컫던 말). 해당화와 대구를 이뤄 심심한 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무도 거두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