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옛 벗을 그리며 ― 지훈에게 ― 박남수(1918∼1994) [동아/ 2021-05-08] < 옛 벗을 그리며 ― 지훈에게 ― 박남수(1918∼1994) 나는 회현동에 있고 당신은 마석에 있습니다. 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성북동에 살고 있었고 나는 명륜동에 살고 있었을 때에도 우리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 나는 이승에 있고 당신은 저승에 있어도 좋습니다. 우리는 헤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일본에서 대학의 학생이었고 당신은 서울에서 역시 대학의 학생이었을 때에도 우리는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 5월은 만남의 달이다. 우리가 만남을 기뻐하는 이유는 헤어짐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이별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아니다. 연습하면 이별을 잘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