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뼈아픈 후회 ― 황지우(1952∼) [동아/ 2020-10-24] 뼈아픈 후회 ― 황지우(1952∼)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가을’ 하면 추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익은 곡식을 거두는 마음은 겨울을 대비하는 마음. 그는 한곳에 오래 머물 것이고 깊은 뿌리를 가졌을 것이다. 이를테면 정착민의 내면이라고나 할까. 반대로 ‘가을’ 하면 폐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것이 떨어지고 흩어지는 가을은 우리에게 고독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정처 없이 떠도는 낙엽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은 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