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빨래 ― 김혜숙(1937∼ ) [동아/ 2021-03-27] 빨래 ― 김혜숙(1937∼ ) 빨래로 널려야지 부끄럼 한 점 없는 나는 빨래로 널려야지. 피얼룩 기름때 숨어 살던 눈물 또 서툰 사랑도 이젠 다 떨어버려야지. 다시 살아나야지. 밝은 햇볕 아래 종횡무진 바람 속에 젖은 몸 다 말리고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나가 끝나야 오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어쩌겠는가. 맞이할 준비가 늦었으니 서둘러야지. 찾아오시는 봄을 바라보는 마음은 절망보다는 희망 쪽이다. 햇볕이 밝은 탓에 자꾸 그렇게 된다. ‘따가운 봄볕에 다 타버려라. 코로나는 모두 모두 소독되어 버려라.’ 이런 희망마저 갖게 된다. 그런데 햇볕에 소독되고 싶은 건 이 시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