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모일 ― 박목월(1915∼1978) [동아/ 2021-05-15] 모일 ― 박목월(1915∼1978)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어줍잖은 것 또한 나만 쳐다보는 어린 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다만 모발이 젖지 않는 그것만으로 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박목월, 하면 ‘모밀묵’이 생각난다. 그의 시 ‘적막한 식욕’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시인은 “모밀묵이 먹고 싶다”면서 그것을 ‘싱겁고 구수하고 소박하고 점잖은 음식’이라고 표현했다. 봄날 해질 무렵, 허전한 마음에 먹는 음식이라고도 했다. 그러니 지금 같은 늦봄, 더군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