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뜨락 ― 김상옥(1920∼2004) [동아/ 2021-07-03] 뜨락 ― 김상옥(1920∼2004) 자고나면 이마에 주름살, 자고나면 뜨락에 흰 라일락. 오지랖이 환해 다들 넓은 오지랖 어쩌자고 환한가. 눈이 부셔 눈을 못 뜨겠네. 구석진 나무그늘 밑 꾸물거리는 작은 벌레. 이날 이적지 빛을 등진 채 빌붙고 살아 부끄럽네. 자고나면 몰라볼 이승, 자고나면 휘드린 흰 라일락. 시인들은 때로 시작 노트라는 것을 쓴다. 신작시를 발표할 때, 시를 쓸 때의 마음이라든가 작품 해설을 짧게 붙인 것을 말한다. 사실 시작 노트는 흔하지 않다. 대개의 시인들은 설명을 삼간다. 시는 시 그대로, 읽는 이의 마음으로 날아가 살아야 한다. 거기에 시인의 해설을 얹으면 시는 무거워져 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