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 ― 박형준(1966∼ ) [동아/ 2021-07-24] 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 ― 박형준(1966∼ ) 들일을 하고 식구들 저녁밥을 해주느라 어머니의 여름밤은 늘 땀에 젖어 있었다 한밤중 나를 깨워 어린 내 손을 몰래 붙잡고 등목을 청하던 어머니, 물을 한바가지 끼얹을 때마다 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 까맣게 탄 등에 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 우물가에서 펌프질을 하며 어머니의 등에 기어다니는 반짝이는 개미들을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물로 씻어내던 한여름 밤 (후략) 요즘은 카톡을 시작할 때 ‘이 더위에 잘 지내십니까’라고 인사한다. 메일에서 끝맺음 인사를 할 때도 ‘더위에도 건강하시길’ 덧붙인다. 적어도 말복 때까지는 ‘덥다, 더워’라는 말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