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다정이 나를 ― 김경미(1959∼) [동아/ 2021-02-06] 다정이 나를 ― 김경미(1959∼)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이 쓴 시조의 종장이다. 무려 고려 후기에 나온 작품이다. 그런데 700년 동안 잊히지 않고, 변하지 않은 건 비단 시조만은 아닌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시가 되었던 어떤 마음을, 오늘의 우리도 똑같이 느낀다. 때로 시는 시간을 넘어서 온다. 이조년의 ‘다정가’가 고려 말의 것이라면 김경미의 ‘다정가’는 오늘의 것이다. 원래 다정가는 봄의 노래다. 봄바람처럼 달콤하고 씁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