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꼬부랑 할머니 ― 남재만(1937∼ ) [동아/ 2020-12-05] 꼬부랑 할머니 ― 남재만(1937∼ ) 삶이 뭔지, 난 묻지 않으리. 저어기 저 할머니 꼬부랑 할머니 구십을 넘게 살았어도. 삶이 뭔지 그게 도대체가 뭔지 아직도 알 수가 없어. 저렇게 의문표가 되어 온몸으로 묻고 있는데, 난 묻지 않으리. 삶이 뭔지 뭐가 삶인지 내사 묻지 않으리.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수험생이 아니고, 수험생을 키우고 있지 않으며 수험생을 알지도 못하는데 매년 수능 날 아침이 되면 경건한 심정이 된다. 경건이란 ‘공경하며 삼가고 엄숙하다’는 뜻이다. 종교랑은 어울리지만 시험이나 학생하고는 참 안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토록 안 어울리지만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