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 이덕규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그렇구나,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고 허기진 내 영혼과
함께 먹는 혼밥이었구나
(이덕규 시집 ‘오직 사람이 아닌 것’)
혼자에 대하여
서점을 하기 전만 해도, 식사는 함께하는 일이었다. 끼니란 배 속에 들어가면 다를 바 없는 것이니 자리의 즐거움이 우선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은 팀원들과 나누는 점심시간의 환담이었으며 누군가는 불편하다는 회식을 마다한 적도 나는 없었다.
서점을 운영하고부터는 함께할 사람이 없었거니와, 남들과 식사시간도 달라진 만큼 자연히 혼자 하는 식사에 익숙해져 갔다. ‘혼밥’이라는 행위에 비로소 눈을 떴다고 할까. 이제는 누군가와의 식사가 거북하게 여겨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메뉴도 마음 편히 고를 수 있고, 숟가락을 들거나 내려놓을 때에도 눈치 볼 일이 아예 없으니 이 편한 일을 왜 그간 마다했었나 의아하기까지 하다. 물론 불편한 것도 적지 않다. 으뜸은, 널따란 식탁을 혼자 차지하게 되는 상황이다. 분주한 때가 아니라 해도 혼자서 4인 테이블에 앉게 되면, 미안해진다. 그렇다고 1인용 테이블을 놓은 식당이 반갑기만 한 것도 아니다. 벽을 두고 설렁탕을 먹다가 ‘내가 감옥에 갇힌 것도 아니고’ 하는 자각에 밥맛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절반도 먹지 않은 뚝배기 한 그릇 값을 치르고 서점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골똘해졌다. 무리 속에 있어도 혼자라는 조건은 다름이 없건만 사람은 왜 ‘우리’가 됐을 때에야 비로소 안심하게 되는 것일까. 하여간 ‘위로’라는 것은 바깥에 있으며, ‘나’란 개인은 어쩔 수 없이 쓸쓸할 뿐이라는 정도만 간신히 알아냈을 뿐이다.[유희경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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