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목화 - 권태응 (1918~1951)
몽실몽실 피어나는
구름을 보고
할머니는 “저것이 모두 다 목화였으면”
포실포실 일어나는
구름을 보고
아기는 “저것이 모두 다 솜사탕이었으면”
할머니와 아기가
양지에 앉아
구름 보고 서로 각각 생각합니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백하고 고운 동시. 할머니와 아기가 양지에 앉아 흰 구름을 바라보는 풍경을 상상만 해도 머리가 깨끗해진다. 3행이 1연을 이루며 각 연의 1행과 2행의 글자 수가 같고 서로 대구를 이루는, 단순하면서도 정교하게 짜인 구성. 구름을 바라보는 할머니와 아기를 보고 시인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렇게 입체적이며 철학적인 시가 나왔다. 어느 날 어느 때 똑같은 사물을 보고 우리는 각자의 처지와 욕망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한다.
할머니에게는 목화처럼 ‘몽실몽실’ 피어나고 아기에게는 솜사탕처럼 ‘포실포실’ 일어나는 구름. ‘몽실몽실’과 ‘포실포실’이 예뻐서 자꾸 보게 된다. 의태어 하나만 적재적소에 잘 써도 시가 살아난다. ‘구름과 목화’처럼 목가적인 시골 풍경을 어디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농촌을 배경으로 소박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동시를 쓴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권태응 선생은 1951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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