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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 칼럼] 86 운동권이 만든 황금 송아지 -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 2022-06-01]

설지선 2022. 6. 1. 10:31

[선우정 칼럼] 86 운동권이 만든 황금 송아지 -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 2022-06-01]

 

분노한 모세는 우상을 불태우고
가루로 잘게 빻아 물에 섞어
민중에게 마셔 없애도록 했다
그들에게 용퇴를 바랄 수 없다
국민이 부숴야 우상은 사라진다

 

일주일 전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의 주제는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었다. 사회자는 “강물은 바다로 직진하지 않지만 결국 바다로 간다”고 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추도사에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대선 패배 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 뉴스도 보기 싫다는 분이 많다. 그럴수록 각성해서 민주당을 키우는 힘을 모아 달라.” 이 추도식에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동참했다. 마이크도 잡지 못했다. 미지근한 박수 한두 번 받았을 뿐이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 때 이런 고관들이 참석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무엇이 그리 특별한가.

 

노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수사를 받은 것이다. 이 사실을 부연하는 것은 그를 둘러싼 86 운동권이 이 비극을 무고에 의한 권력 살인으로 윤색하고 국민 일부가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논두렁’ ‘망신 주기’ 등 지엽적 주장으로 ‘권력 비리’라는 본질을 가린다. 그의 가족 문제가 이전 대통령보다 특히 무거웠던 건 아니다. 비판을 감수하고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됐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해서는 안 될 극단을 택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측은할 수 있다. 그는 대통령을 한 최고 공인이다. 건강한 사회라면 그런 인물을 필부를 동정하듯 대해선 안 된다. 죽음의 이유, 그 방식까지 두고두고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후세대에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슬퍼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라”고 유언했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고 했다. 그런데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묘역은 1000평 가깝다. 비석도 작지 않다. 마을 전체가 ‘민주 성지’로 변했다.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원망하는 이들이 주로 몰린다. 추도식은 김정숙 여사가 어깨춤을 출 정도로 매년 성대하게 열린다.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이 아니라 86 운동권이 생존을 위해 만든 제단이다.

 

김지하 시인이 “죽음의 찬미를 중지하고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쓴 때가 31년 전이다. 한국 좌파의 비인간성에 찬물을 끼얹고 그들이 당시 펼쳐 놓은 죽음의 굿판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타인의 죽음을 이용해 연명하려는 좌파의 뺨을 펜으로 후려갈겼다. 결과적으로 많은 젊은이를 살렸다. 민주 투사 경력보다 이것이 김지하의 최대 업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 시인의 아내는 2011년 최보식 인터뷰에서 “그 세력이 김 시인을 민족의 제단에 바치는 제물로 삼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인을 감옥에서 죽게 만들어 혁명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얘기다. 김 시인은 비인간적 좌파를 경험하면서 변신하기 시작했다. ‘그 세력’이 86 운동권의 뿌리다. 여수, 순천, 제주도에서 수많은 사람을 제단의 제물로 삼은 세력과도 닿아 있다. 타인을 사지로 내몰고 그들이 죽으면 그 위에 거대한 제단을 쌓는다. 가짜 신(神)을 만들어 다시 타인을 제물로 삼고 다시 제단을 쌓는다.

 

이제 그들은 살아있는 가짜 신까지 만들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다. 검찰 개혁의 제단에 바쳐진 순교자라고 했다. 실제로 순교자가 됐다면 86 운동권은 또 다른 전기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노 전 대통령처럼 빨려 들지도, 김 시인처럼 튀어 나가지도 않았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 광신도를 몰고 다닌다. 조국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나왔다. 노무현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다. 제목은 ‘그대가 조국’. 인맥을 동원해 자녀를 의사로 만들고도 법무장관이 된 ‘그대’는 한국 땅에 없다. 그런데도 5만1794명이 26억원을 모아 제작비를 댔다.

 

이스라엘 민중은 모세가 하나님의 율법을 받으러 간 사이 가짜 신을 만들어 숭배했다. 금붙이를 바쳐 황금 송아지 우상을 만들었다. 율법보다 우상이 편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최고 권력자의 비리를 심판하면서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는 명제를 불변의 법칙으로 만들어 왔다. 그런데 86 운동권의 황금 송아지는 640만달러를 받아도, 스펙 7개를 위조해 명문대에 들어가도 순교자로, 성자로 추앙받는다. 죄가 아니라고 한다. 비리의 심판자를 오히려 악마로 몰아간다. 입법권을 남용해 법 질서를 무너뜨린다. 해와 달은 둥글어도 그들에게 지구는 항상 네모다. 이런 행태를 사이비라고 한다.

 

86 운동권은 젊은 야당 비대위원장의 ‘용퇴론’ 주장만으로 물러날 세력이 아니다. 분노한 모세는 황금 송아지를 불에 태우고 가루로 빻아 물에 섞어 민중에게 마시도록 했다. 단숨에 파괴해야 우상은 사라진다. 오늘 국민이 모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