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바다 3 ― 정지용(1902∼1950) [동아/ 2022-02-05]
바다 3 ― 정지용(1902∼1950)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논어’를 보면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등산하시는 분들이 특히 이 구절을 좋아한다. 역시 지자보다는 인자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우열이 무슨 상관이랴. 바다와 산은 서로 대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에 바다와 산이 차례대로 왔다 가기도 한다. 시인 정지용이 그랬다.
정지용 시인은 젊어서 바다의 시를 여러 편 썼고 조금 더 나이 들어서는 산의 시를 썼다. 바다의 시는 감각적으로 탁월하고 산의 시는 정신적으로 깊이 있다. 그중에서 무엇이 더 나으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다. 아직 덜 인자하고 더 지혜롭고 싶은지 나는 정지용의 바다 연작을 좋아한다.
그중 하나가 오늘의 시다. 여섯 줄이 전체인 시. 그것만으로도 꽉 차 있는 시. 이 시를 보면 커다란 밤바다 앞에 서 있는 한 사람, 유난히 키가 작았다던 정지용이 보인다. 사람이 바다보다 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밤바다 전체를 앞에 두고도 이 시인은 작지 않다. 그의 외로운 마음은 바다도 밤도 불러낼 만큼 크다.
어떻게 백 년 전에 이런 시를 썼을까. 그에게는 시 학교도 시 선생도 없었다. 충북 옥천 출생이니 바다를 일찍이 접했던 것도 아니다. 공부하러 일본 오고 가는 뱃길에서 그는 바다를 보았다. 외로운 갑판에서 홀로 써 내려갔을 시는 백 년을 넘어 살아 있는 시가 되었다. 이 시인은 천재고 그의 시는 교과서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정지용 시인은 젊어서 바다의 시를 여러 편 썼고 조금 더 나이 들어서는 산의 시를 썼다. 바다의 시는 감각적으로 탁월하고 산의 시는 정신적으로 깊이 있다. 그중에서 무엇이 더 나으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다. 아직 덜 인자하고 더 지혜롭고 싶은지 나는 정지용의 바다 연작을 좋아한다.
그중 하나가 오늘의 시다. 여섯 줄이 전체인 시. 그것만으로도 꽉 차 있는 시. 이 시를 보면 커다란 밤바다 앞에 서 있는 한 사람, 유난히 키가 작았다던 정지용이 보인다. 사람이 바다보다 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밤바다 전체를 앞에 두고도 이 시인은 작지 않다. 그의 외로운 마음은 바다도 밤도 불러낼 만큼 크다.
어떻게 백 년 전에 이런 시를 썼을까. 그에게는 시 학교도 시 선생도 없었다. 충북 옥천 출생이니 바다를 일찍이 접했던 것도 아니다. 공부하러 일본 오고 가는 뱃길에서 그는 바다를 보았다. 외로운 갑판에서 홀로 써 내려갔을 시는 백 년을 넘어 살아 있는 시가 되었다. 이 시인은 천재고 그의 시는 교과서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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