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새 달력 첫날 ― 김남조(1927∼) [동아/ 2022-01-01]
새 달력 첫날 ― 김남조(1927∼)
깨끗하구나
얼려서 소독하는 겨울 산천
너무 크고 추웠던
어릴 적 예배당 같은 세상에
새 달력 첫날
오직 숙연하다
천지간 눈물나는 추위의
겨울 음악 울리느니
얼음물에 몸 담그어 일하는
겨울 나룻배와
수정 화살을 거슬러 오르는
겨울 등반대의 노래이리라
추운 날씨 모든 날에
추운 날씨 한평생에도
꿈꾸며 길가는 사람 나는 되고 지노니
불빛 있는 인가와
그곳에서 만날 친구들을
꿈꾸며 걷는 이 나는 되고 지노니
새 달력 첫날
이것 아니고는 살아내지 못할
사랑과 인내, 먼 소망의 서원을
시린 두 손으로
이 날에 바친다
깨끗하구나
얼려서 소독하는 겨울 산천
너무 크고 추웠던
어릴 적 예배당 같은 세상에
새 달력 첫날
오직 숙연하다
천지간 눈물나는 추위의
겨울 음악 울리느니
얼음물에 몸 담그어 일하는
겨울 나룻배와
수정 화살을 거슬러 오르는
겨울 등반대의 노래이리라
추운 날씨 모든 날에
추운 날씨 한평생에도
꿈꾸며 길가는 사람 나는 되고 지노니
불빛 있는 인가와
그곳에서 만날 친구들을
꿈꾸며 걷는 이 나는 되고 지노니
새 달력 첫날
이것 아니고는 살아내지 못할
사랑과 인내, 먼 소망의 서원을
시린 두 손으로
이 날에 바친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여러 번 죽게 된다. 죽어야 경험치도 쌓이고 죽어야 공략법도 알게 된다. 죽어야 사는 게임의 세계에서 캐릭터는 영원히 살 수 있다. 현실은 그 반대다. 모든 것은 단 한 번뿐이다. 탄생도 한 번, 첫사랑도 한 번, 죽음도 한 번이다. 그러니 때로는 바라게 된다. 모든 것이 ‘리셋’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다시 시작한다면 후회와 미련은 우리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출발점에서 인생은 깨끗하게 빛날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니까 새해 첫날을 기리게 된다. 이날은 특별하다. 새 달력의 첫 장, 첫날을 보며 우리는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조금 느낄 수 있다. 봄도 여름도, 모든 절기와 기념일도 다시 한번 돌아올 것이다. 새해 첫날은 일종의 ‘작은 리셋’이다.
힘들고 괴로운 것은 지난해에 모두 묻자.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묻지 말고 다시 처음처럼 시작하자. 우리는 새해 첫날을 이런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냉소나 자조가 아닌 긍정과 동반이다. 김남조 시인도 새해의 사랑과 인내를 위해 고개 숙여 기도하고 있다. 이렇게 소망이 가장 어울리는 날. 그런 날이 바로 ‘새 달력 첫날’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다시 시작한다면 후회와 미련은 우리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출발점에서 인생은 깨끗하게 빛날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니까 새해 첫날을 기리게 된다. 이날은 특별하다. 새 달력의 첫 장, 첫날을 보며 우리는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조금 느낄 수 있다. 봄도 여름도, 모든 절기와 기념일도 다시 한번 돌아올 것이다. 새해 첫날은 일종의 ‘작은 리셋’이다.
힘들고 괴로운 것은 지난해에 모두 묻자.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묻지 말고 다시 처음처럼 시작하자. 우리는 새해 첫날을 이런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냉소나 자조가 아닌 긍정과 동반이다. 김남조 시인도 새해의 사랑과 인내를 위해 고개 숙여 기도하고 있다. 이렇게 소망이 가장 어울리는 날. 그런 날이 바로 ‘새 달력 첫날’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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