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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수호-동아행복시/나민애♧시깃든삶-15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콩알 하나 ― 김준태(1948∼ ) [동아/ 2021-05-22]

설지선 2021. 5. 22. 15:54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콩알 하나 ― 김준태(1948∼ ) [동아/ 2021-05-22]

 

 

     

     

    콩알 하나 ― 김준태(1948∼ )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 팔방에서
    저녁 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로스의 연인 이름은 프시케다. 그리스어로 그녀의 이름은 ‘영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생명’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렇다면 생명은 영혼과 마찬가지로 쉽게 볼 수 없겠구나. 생명은 나비처럼 아름답지만 쉽게 바스라질 수도 있겠구나. 그녀의 이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다.

 

자기 생명을 버리려는 사람을 보았다. 안 보이는 것을 애써 버리는 일은 아주 힘들다. 생명을 왜 소중히 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도 보았다.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을 애써 지키는 일도 어렵다. 그러나 생명에는 이유가 없다. 힘들고 어려워도 지켜야 한다. 정말일까. 정말이다. 김준태의 ‘콩알 하나’를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이 시가 감동적인 이유는 생명이 무조건 소중하기 때문이다.

 

콩알 하나 줍는 일이 이렇게 감동적인 일인가. 밟히며 뒹구는 알 하나 주워 드는 일이 이렇게 눈물날 일인가. 그런데 이건 아무 일이 아니다. 대단한 일이다. 시인도 말한다. 콩알 하나는 “엄청난 생명”이라고. 함부로 버려진 생명을 다시 살렸을 때 시인은 혼자 있지 않았다. 온 지구가, 모든 생명이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에밀 슈타이거가 말하기를 시는 영혼의 힘으로 충만된다고 말했다. 오늘날에는 그 이야기를 조금 바꾸어 이렇게 써야겠다. 시는 생명의 힘, 생명을 지키는 힘으로 충만된다고.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