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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시] 그래 보는 거다 - 손남숙 [문화/ 2020-12-23]

설지선 2020. 12. 24. 09:53

[새로나온 시] 그래 보는 거다 - 손남숙 [문화/ 2020-12-23]








    그래 보는 거다 - 손남숙



    손바닥으로 물을 받쳐 들고

    어둡고 축축한 버드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잎이 넓적한 부엽식물처럼 커다랗게 맴돌아 보는

    거다

    바람이 날아오든지 눈이 부시든지 꽃이 피든지


    세상의 모든 눈물이 물에 녹아 없어진다고 해도

    들판 너머로 사라진 이름은 기다리지 않는 거다

    둥근 가시연꽃이 물을 빨아들이며 둘레를 키워

    가듯이


    점점 더 가지런하게 수면을 수놓아 보는 거다

    물보다 가벼워지는 거다

    그래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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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일과 시’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우포늪’ ‘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 등이 있으며, 생태 산문집 ‘우포늪, 걸어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