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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시] 또다시 겨울 문턱에서 - 황동규 [문화/ 2020-10-28]

설지선 2020. 10. 28. 19:49

[새로나온 시] 또다시 겨울 문턱에서 - 황동규 [문화/ 2020-10-28]






    또다시 겨울 문턱에서 - 황동규


    대놓고 색기 부리던 단풍
    땅에 내려 흙빛 되었다.
    개울에 들어간 녀석들은
    찬 물빛 되었다.
    더 이상 뜨거운 눈물이 없어도 될 것 같다.

    눈 내리기 직전 단색의 하늘,
    잎을 벗어버린 나무들,
    곡식 거둬들인 빈 들판,
    마음보다 몸 쪽이 먼저 속을 비우는구나.
    산책길에서는 서리꽃 정교한 수정 조각들이
    저녁 잡목 숲을 훤하게 만들고 있겠지.
    이제 곧 이름 아는 새들이
    눈의 흰 살결 속을 날 것이다.
    이 세상에 눈물보다 밝은 것이 더러 남아 있어야
    마감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견딜 만한 한 생애가 그려
    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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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력 :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받았다.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 ‘꽃의 고요’ ‘사는 기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