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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칼럼] 코로나 파시즘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조선/ 2020.09.04]

설지선 2020. 9. 4. 19:16

[윤평중 칼럼] 코로나 파시즘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조선/ 2020.09.04]

 

두 얼굴을 가진 코로나… 질병과 정치 두 측면 구별해야
코로나 방역 상황 활용한 통치술… 失政과 민주주의 파괴 은폐
의료계 파업 초래한 파시즘… 국민 생명보다 권력강화 우선

 

코로나 사태는 두 얼굴을 가졌다. 질병으로서의 코비드19와 정치 현상으로서의 코로나로 구별해야 한다. 코비드19는 심각한 감염병이다. ‘감기에 불과한 질환’을 자본과 권력이 중대 질병으로 부풀렸다는 소문은 전형적 음모론이다. 코비드19가 노년층과 만성질환자에게 큰 위험이 된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한국도 60세 이상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늘면서 중환자 병상이 모자란다. 코비드19는 국민 생명을 실제로 위협한다. K방역 선봉장인 정은경 질본 본부장이 신뢰받는 인물로 떠오른 이유다.

 

코로나 사태는 질병을 넘어 코로나의 정치학으로 확장된다.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흔드는 전염병을 다루는 ‘생체권력(Bio-power·生體權力)’이 코로나 정치를 촉발한다. 옛 통치 권력은 신민을 ‘죽이는 권력’으로 군림했고 현대 권력은 시민을 ‘살리는 권력’으로 등장한다. 생체권력은 생명 살리기를 앞세워 우리 몸을 권력의 ‘관찰, 판단, 검사’에 종속시킨다. 규율적 생체권력의 파놉티콘(Panopticon·전방위적 감시망) 아래 우리는 체제에 자발적으로 길들여진다. 몸과 마음이 길들여질 때 인간의 자유는 꺼풀만 남는다. 부드러운 얼굴의 빅브러더 생체권력이 코로나 파시즘의 문을 활짝 연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방역을 이용한 생체권력으로 국민을 다스린다. K방역엔 빛과 그림자가 섞여있다. 정권이 편승한 코로나 방역은 한국 의료 체계의 선진성과 의료인들의 헌신, 시민의식의 합작품이다. 코비드19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긍정적 효과다. 또한 K방역으로 꾸민 정권의 생체권력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정치권력에 복속하도록 만든다. 코로나 위기가 악화할 때마다 정권 지지도가 오른다. 문 정권의 실정과 민주주의 파괴를 감추는 부정적 효과다.

 

의료 사태는 문 정권의 코로나 파시즘이 작동하는 최전선이다. 파시즘은 좌우 이념의 경계를 넘어 반(反)자유민주적 일당 독재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훼손한다. 지도자를 숭배하는 군중을 부추겨 반대자를 나라의 적으로 매도한다. 민족과 공동체 감성에 호소해 합리주의와 개인적 자유를 탄압한다. 결국 파시즘은 대중의 지지를 업은 대중 독재로 표출된다. 문 정권 장기 집권 기획에서 나온 ‘4대 의료 정책’은 코로나 파시즘을 증명한다. 행정·입법·사법의 강권력과 어용 언론, 시민단체의 연성 권력의 합작으로 의료계 반발을 억누른다.

 

의료 사태에서 문 정권은 이중 포위 전술을 구사한다. 행정 권력으로 의료계를 강압하는 것과 동시에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비난하는 여론전을 펼친다. 소주성·탈원전·검찰 개혁에서 애용한 전술이다. 저항하는 상대를 끊임없이 갈라쳐 적폐 세력으로 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사와 국민을 편 갈라 의사들을 기득권 집단으로 폄하하더니 이젠 의사와 간호사까지 갈라친다. 개혁을 빙자한 갈라치기는 자기 진영만을 위한 초법적 특권의 성(城)을 쌓기 위한 것이다. 특정 지역과 어용 단체의 지지로 헤게모니를 굳혀 장기 집권하는 것이 문 정권의 궁극 목표다.

 

하지만 코로나 파시즘으로 의료계를 장악하려던 문 정권에 제동이 걸렸다. 정권 최대 업적인 K방역의 주체인 의료계를 겨냥한 위력 시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의사 파업이 길어지면 K방역은 붕괴한다.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딱지 붙인 여론전에 문 정권이 주력하는 이유다. 그러나 ‘밥그릇 싸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정한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건 ‘밥그릇’에 대한 요구가 타당성과 시의성이 있는지 검증하는 일이다. 민생과 직결한 의료 정책이 반드시 민주적 숙의와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의사가 아니라 코로나와 싸워야 마땅하다. 정부는 즉각 4대 의료 정책을 철회하고 의사들은 즉시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국민 생명보다 권력을 중시한 코로나 파시즘이야말로 의료 사태의 주범이다. 문 정권은 현대 문명의 터전인 시민사회의 독립성을 유린하고 그 최후 보루인 의료계를 협박한다. 의료 전문가들을 권력에 종속시키려는 파시즘에 대한 민간 저항이 의료 사태의 본질이다. 의료계가 무너지면 대학과 공론장도 무너진다. 문 정권은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라는 절대 권력의 궤변으로 국민을 겁박한다. 코로나 파시즘은 ‘예종에의 길’이며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시민의 자유에 대한 국가 개입의 정당한 한계는 어디인가? 코로나 정치학이 한국인에게 처절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