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틀니 ― 류성훈(1981~ ) [조선/ 2020.08.24]
틀니 ― 류성훈(1981~ )
이건 어떻게 할까요
뼛가루 속에서 얼룩처럼
쇳조각이 오른다
버리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일렬로 선다 검댕이 묻지 않게
멀리서 고개만 끄덕이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하던
남은 틀니들이
더운 국을 퍼 담고
목에 육수가 흐르고 넥타이를 벗고
깃에 풀을 먹이듯 점심을 먹는데
어떻게 할까요, 는
어떻게 할까
웃을 타이밍 찾아
그을린 이승의 곰탕들이
저승의 곰탕을 씹는다
인류의 가장 오랜 질문이요 영원한 미해결의 질문인 죽음! 가장 오랜 사업이요 끝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미래 사업인 죽음. 죽음 저편을 만화경으로 조작해 보여주며 심신 미약자들을 협박하고 유인해 돈을 뜯어내는, 심지어는 합법적이기조차 한 죽음 사업. 누구에게도 증명을 요구할 수 없으니 무자본 노다지 사업인 죽음 사업. 그 현상들에 대해서 새삼 되새김질하게 되는 시절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우습게도 '틀니'와 '상속세와 증여세'의 계산법을 남깁니다. 그리고 '검댕이 묻지 않게/ 멀리서 고개만 끄덕이는' 무엇입니다. 환각의 죽음 저편 그림을 가리키며 노예를 자처하는 자들을 조롱하며 '웃을 타이밍'을 엿보는 '업자'들을 이 시는 통렬하게 드러냅니다. 지금 우리는 여럿의 역병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없는 질문을 하나 덧붙입니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던, 아직 순진한 초급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