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시] 앨리스 - 김경인 [문화/ 2020-08-05]

앨리스 - 김경인
마법학교에 입학한 지 십 년
어떤 토끼도 찾아오지 않았기에
다시 십 년을 물어 찾아간 거울 속엔
아편에 취한 토끼 선생이 덜덜 앞발을 떨며
눈송이처럼 하얀 거짓말을 늘어놓기에
사라져가는 것들을 간신히 흔들어
하늘에 뿌려놓은 글자들이
눈송이처럼 가볍게 날아가기에
내일의 현관 앞에 당도할
한 권 책을 상상하느라
부러진 빗자루를 타고 달아나는 오늘의 뒤꽁무니를 놓치고
멍청히 바라보다가
냉장고 속 차갑게 부글거리는 우유를 넣어
훌훌 마시는 식은 코코아빛,
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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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200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한밤의 퀼트’ ‘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