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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우리끼리 폭주’ 지속땐 ‘文정권 탄핵론’ 불붙을 수도 - 허민 전임기자 [문화/ 2020-02-06]

설지선 2020. 2. 7. 12:07

靑 ‘우리끼리 폭주’ 지속땐 ‘文정권 탄핵론’ 불붙을 수도




■ 2020년 전망 - ⑧ 청와대 국정 운영

청와대, 특정정파 이익만 대변… 민주공화국의 핵심인 공공성 잃고 ‘전체주의 신형독재’ 길로  
4·15총선 후 檢·野와의 갈등 심화할 듯… 권력 비리 드러나고 黨·靑갈등 본격화하면 민심 폭발할 것


2020년 한 해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친중·친북 노선과 이미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고집하고 주류세력 교체를 밀어붙이며 퇴임 후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초법적 국정 운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4·15총선을 거치면서 검찰과의 갈등, 야당과의 갈등, 당·청 갈등이라는 3대 갈등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극심한 편 가르기와 열렬한 지지자에게만 의존한 청와대의 ‘우리끼리 폭주’ 행태는 전체주의·신형독재 우려를 키우는 한편, ‘정권 탄핵론’을 불붙일 수도 있다.

◇조폭·협회 수준의 靑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다. 민주공화국 의 생명선은 공공성이다. 법을 초월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조폭이나 자기편 유불리만 따지는 협회와는 달라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고 말한 건 큰 잘못이다. 조국의 불법과 비리 의혹에 상처를 입은 건 국민인데, 국민 아닌 조국에게 빚을 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국에 생방송으로 전파를 탄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공공성에 대한 심각한 훼절이다. 조국 본인이 받은 혐의만 무려 11개인데, 청와대는 논평에서 “(혐의가) 궁색하다”고 했고, 대통령은 검찰을 “초법적”이라고 공격했다. 공공성 영역이 사적 차원으로 치환되고, 권력 운용이 조폭을 닮아가며, 청와대가 협회 수준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근대국가 형성의 관점에서나 현대정치학적 관점에서 청와대의 이 같은 국정 운영 스타일은 전체주의적 신형독재에 수렴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국민보다는 계파와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고, 내 편 아닌 쪽을 악(惡)·불의·거짓이라 규정하며, 반대파를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반(反) 민주공화적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극단적 자기애(自己愛), 지독한 나르시시즘이다. 군중심리로 광장을 지배하는 교주, 떼의 힘에 이성을 헌납한 광신자들, 이들 틈새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한량들, 이들이 모여 ‘진보’를 자처한다. 청와대가 타락한 진보의 집합소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소주성 정책, 역(逆) 동맹과 친중·친북 노선도 견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우한 폐렴 대책에서도 드러난 문 정권의 ‘중국 눈치 보기’는 도가 심각하다. 그나마 방역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하룻밤 새 두 번 뒤집히기도 했다. 봄 개강을 맞아 입국할 수만 명의 중국 유학생에 대한 대책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염병을 우한 폐렴이라 부르지 않도록 주문한 것 역시 중국을 의식한 지나친 저자세다. ‘중동 메르스’ ‘홍콩 독감’ ‘스페인 독감’ ‘아프리카 돼지 열병’ 유행 때에도 언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안한 긴 이름의 정식 명칭 대신 지역명을 앞에 넣은 간단한 명칭을 사용했었다. 

◇靑 vs 檢·野·黨 갈등 격화 

이런 국정 행위가 계속되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4·15총선 후 검찰·야당과의 갈등은 물론, 집권여당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이미 검찰의 압수수색에 조직적으로 저항했고, 전·현 대통령 참모들이 국가 형사사법 체계에 따라 진행되는 법 절차와 집행을 깔아뭉갰다. 검찰의 출석 요구를 무시하고, 기소를 쿠데타라 부르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 협박하는(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일이 벌어졌다. 피의자 신분의 출두 자리에서 검찰을 훈계하기도(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다. 검찰을 향한 의도된 도발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의 거친 대응이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에 겁먹은 복잡한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야권의 한 유력 인사는 “정권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종석, 백원우, 윤건영, 김경수, 송철호 등을 거쳐 문 대통령에 이르는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4월 총선에 유난히 많은 청와대 인맥과 친문(親文) 인사가 동원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 4·15총선은 정치 환경의 상당한 굴곡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을 놓고 야권과의 경쟁과 갈등도 커지겠지만, 더 큰 시련은 집권 4년 차와 맞물린 민심 변화에 따른 여당과 청와대의 분열, 즉 당·청 갈등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임제 임기의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봉착하는 일반적 현상이자, 집권 초부터 숱한 권력 비리에 휩싸인 권력이 맞이해야 할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문재인 호위대’의 ‘총선 앞으로’ 행태가 당과의 마찰을 부르는 중이다. 총선 이후 민심이 요동치고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줄서기가 시작되면 ‘청와대 권력’과 ‘여의도 권력’의 분리 갈등은 더더욱 피할 수 없게 된다. 

◇靑 독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 

청와대의 독주는 이미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윤석열 대권 후보’ 급부상이 그렇다. 차기 대선 후보감을 묻는 언론 여론조사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단박에 ‘마의 10%대’를 넘어 야권 1위, 여야를 통틀어 2위를 기록한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정권의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이를테면 ‘정권 탄핵론’의 팬데믹(대유행) 현상 같은 것이다. 산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탄압이 검찰에는 국민적 응원으로, 정권에는 국민적 저항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는 청와대가 기획하고 법무부 장관이 실행한 두 차례의 ‘검찰 학살’ 인사가 설 민심을 거쳐 문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의 마음속에 조폭 정권의 불법성과 사설 청와대의 지대추구를 심판해야 한다는 의지가 자란다. 권력의 궤변과 적반하장으로 민심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임계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민주주의와 국가 기틀을 뒤흔들었던 사건들이 향후 청와대의 권한 남용·사법 방해와 맞물려 정권 탄핵론을 대유행시킬 가능성이 있다. 드루킹 사건이나 ‘대통령 비서실 직제 조직 7곳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검찰 공소장) 후보 매수·공약 지원·하명 수사를 만들어낸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이 그 사례들이다. 이에 더해 경제 침체·안보 위기·사회 분열의 상황이 계속되면 상당수 유권자가 ‘문 대통령이 과연 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가’라는 회의를 갖게 될지 모른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쓴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Narrow Corridor to Liberty’라는 부제가 달린 신작 ‘Balance of Power’에서 국가가 어떻게 자유를 향해 발전하고 어떻게 독재에 빠지는지를 설명한다. “자유는 ‘자연적 질서’의 산물이 아니다. 계몽을 통해 안정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건 환상이다. 자유로 가는 회랑은 좁다. 그건 오직 권력 엘리트와 시민 사이의, 즉 국가와 사회 사이의 간단없는 투쟁을 통해서만 열리는 길이다.” 두 교수가 지적한 대로 자유의 회랑을 걷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그 길을 걷겠다는 깨어 있는 개인이 늘고 있다. 2020년 한 해는 전체주의 신형독재로 나아가는 청와대에 맞서 자유를 획득하려는 국민의 ‘회랑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관측된다. [허민 전임기자·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