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사드 배치 철회는 제2의 애치슨 라인이다 -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조선/ 2016.07.26]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방어 무기로서 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미국 메시지 담게 돼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이자 선언
선택이 아니라 존립의 문제
▲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
사드가 완벽한 무기 체계가 아니고 수도권은 사드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사드 배치만이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사드 이슈는 무기적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지정학적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1945년 8월 2차대전이 끝난 뒤 북한에 진주했던 소련군이 1948년 12월 완전히 철수하자 남한에 있던 미군도 이듬해 6월 모두 철수하였다. 이어서 미국 국무부 장관 딘 애치슨은 1950년 1월 미국은 아시아 본토를 방위할 의무가 없다고 선언하며 한국의 안보에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른바 애치슨 라인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할지 모른다고 우려한 미국은 국군을 거의 무장해제 상태로 버려두고 미군을 남한에서 철수시켰다. 미군 철수, 애치슨 장관의 선언, 허약한 국군은 북한에 기회였다. 소련의 군사 원조를 받은 김일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사드 배치 계획이 철회된다면 북한과 종북 좌파와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2016년판 '애치슨 장관의 한국 안보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좌파의 미군 철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고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는 강화될 것이다. 6·25 발발 직전 미군이 철수하고 안보 공백이 생기자 북한은 38선에서 지속적으로 도발하였다. 이번에 사드 배치 계획이 철회되면 북한은 그때와 유사하게 또는 더욱 대담하게 도발할 것이고 테러 공격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성주의 사드 배치는 방어 무기로서 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미국의 메시지를 담게 된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이자 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사드 배치는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존립의 문제다. 사드 배치 반대 세력이 이길 수 없는 이유다.
사드 배치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지인이 4차 북 핵실험 당시 외국 손님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본국으로부터 아무 일 없느냐는 안부 연락을 받았고 가능하면 한국을 떠나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한다. 필자도 외국 친구들로부터 걱정 어린 안부 인사를 듣고 있다.
우리는 북한 위협 불감증에 걸려 있지만 외국인 방문객들은 불안하기만 할 것이고, 지속적 안보 불안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미군의 사드가 배치되어 우리의 안보 상황이 안정되면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에 불안을 느끼는 외국 바이어들도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안심하고 우리와 거래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안보는 경제 안정과 직접 관계가 있다.
지난 3월 여권의 한 조사에 의하면 남북 관계의 파탄 책임에 대해 응답자 71%가 북한 김정은에게 있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한 답변은 17%였다. 75%의 응답자가 북한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응답하였고, 23%는 아니라고 했다. 북한에 대해 58%가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하였고, 30%가 유화 온건 대응해야 한다고 하였다. 79%가 안보가 경제 안정에 중요하다고 하였고, 17%는 안보와 경제는 관계가 없다고 답하였다. 안보와 경제를 관계 짓는 국민 의식이 사드 배치를 정당화한다.
북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상존하는 오늘 사드를 배치했을 때와 배치가 무산됐을 때 한국의 국내외 경제활동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조사하여 사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눈에 보인다고 하겠지만, 안보와 경제의 상관관계가 수치화된다면 안보 정책 수립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민의 안보 의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사드와 안보와 경제가 하나임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전략을 구사하여 국민을 설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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