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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간첩 혐의자 풀어주고, 국정원은 피고 되고 -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 (한경/ 140324)

설지선 2014. 3. 25. 14:45

[다산 칼럼]  간첩 혐의자 풀어주고, 국정원은 피고 되고 (한경/ 140324)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간첩 혐의자를 풀어주고, 간첩을 잡으려는 자를 천하의 죄인으로 만드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 제1막은 유우성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과정이다.

유우성이 간첩으로 조사받은 것은 여동생 유가려가 “오빠는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간첩”이라고 진술한 때문이다. 자백 과정에서 유가려는 “오빠가 처벌받더라도 사실을 밝히는 것이 가족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이다. 지긋지긋한 보위부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강력히 말했다고 한다. 유가려는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유우성이 보위부 공작원으로 활동하며 밀입북하고 탈북자 명단 200명을 북한에 제공한 범죄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및 법원의 증거보전절차에서 모두 동일하게 진술했다. 1심 재판부도 “수사관들로부터 폭행 협박 및 가혹행위나 세뇌 또는 회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진술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를 부정한 유우성은 거짓말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1심 공판에서 여동생의 진술 번복이 일어났다. 유우성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그의 증언으로 오빠가 중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집요하게 자극하자 대성통곡을 하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1심 판사는 “피고인에게 유죄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민변이 등장하는 한 대한민국 법원은 어떤 간첩의 유죄판결도 내릴 수 없는 사법부임을 보여준 것이다.

제2막은 국정원이 피고로 전락하는 과정이다. 항소 과정에서 국정원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려다 정보원이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이 위조된 것이며 “국정원도 위조 서류임을 알고 있다”고 진술한 이후 겪는 수난이다. 민변은 즉각 “검찰은 공소를 즉각 취소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고 남 원장을 해임하라고 했다. 정치권 언론 등 온 나라가 간첩 혐의자 대신 국정원을 재판하는 모드로 바뀌었다.

유우성은 원래 본명이 ‘유가강’인 중국인이다. 그는 북한 출신임을 증명하려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유광일’이라는 북한 신분증을 공안당국에 제출했는데 이번 1심 재판에서 위조된 것임이 탄로 났다. 북의 신분증까지 위조할 정도로 그가 북한 당국의 협조를 받고 있는 인물로 의심되는 내용이다. 그는 이 이름으로 위장탈북민이 돼 2004년부터 정착금 임대아파트 대학수업료 생계급여 등 무려 7000여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에는 영국 정부에 ‘조광일’이라는 이름으로 망명을 신청해 파운드화의 난민지원금까지 타 썼다. 그러다 2010년 ‘유우성’으로 개명하여 생년월일을 바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런 사실은 그나마 국정원이 수사를 시작했기에 밝혀진 것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정치 언론이 이런 기막힌 인물이 공무원이 되고 보상받고 무죄판결을 받는 상황부터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국정원장보다 유우성을 채용한 서울시장부터 사퇴하고 유우성을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함이 정상 아닌가.

오늘날 정치·교육·문화·미디어·노동부문 어디에서나 대한민국의 기초를 파괴하려는 세력들이 넘치고 더욱 번식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수 폭력에 영합하는 우리는 안으로 썩으며 그동안 성취한 자유와 풍요를 스스로 파괴하는 나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