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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기형도의 [빈집]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13)

설지선 2010. 9. 21. 11:05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13)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