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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불평등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조선/ 2017.11.29]

설지선 2017. 11. 29. 13:39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불평등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조선/ 2017.11.29]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불평등 그 자체를 반가워하는 사람은 오늘날 거의 없을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나 과거 귀족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전히 평등하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의 능력은 유전자, 환경, 그리고 우연의 결과로 정해진다. 일란성쌍둥이조차 능력이 같을 수 없는 이유다. 개인마다 다른 선호도와 능력은 차별화된 생산성을 의미하고, 이런 개인적 차이는 세대 간 상속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으로 자리 잡는다. 불평등이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호모 사피엔스의 동기 부여 그 자체가 남들과 차별화된 보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불편한 진실에 있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같은 보상을 받는다면 미래에 더 잘할 확률보다 더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불평등은 언제부터 존재한 것일까? 약 1만년 전 농경시대 인류가 정착하며 급격한 불평등이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게 기존 가설이다. 하지만 불평등의 기준인 소득, 소비, 세금 모두 고고학적 유물로 직접 증명하긴 어려웠다. 최근 인류학자들과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다국적 연구진이 네이처지(誌)에 소개한 연구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연구진은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 63곳에서 발굴한 고대 거주 공간 면적 분포를 당시 불평등 수준의 기준으로 삼았다. 기대한 대로 농업과 도시화를 시작으로 구성원들 간 부의 차이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볼 수 있었다. 그날 벌어 그날 소비하던 수렵 채집과는 달리 농업은 미래에 대한 투자와 세대 간 상속을 가능하게 했으니 말이다 . 더구나 동물을 대량 가축화하는 데 성공한 유라시아 대륙 유적지들의 불평등 지수가 축산업을 도입하지 못한 아메리카 대륙 유적지들보다 더 높았다는 사실 역시 볼 수 있었다.

결국 경제적 발전과 미래에 대한 투자는 불평등을 만들어내지만, 평등한 현재는 경제적 퇴보와 미래의 가난을 의미한다. 오늘의 도덕성과 내일의 발전, 우리 인류가 풀어야 할 영원한 딜레마다.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